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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한 날엔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했다

by HY83 2025. 4. 7.

파도 치는 바위 위에 있는 여성

 

 

가끔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이 있다.
눈을 떴지만 일어날 이유가 없고, 손에 닿는 것들이 전부 무겁게 느껴지는 날. 누가 말을 걸어도 귀에 잘 들어오지 않고, 하루 종일 ‘그냥 좀 쉬고 싶다’는 생각만 맴도는 날.

예전에는 그런 날을 게으르다고 여겼다.
더 열심히 살지 않는 나에게 실망했고, 그 무기력함을 부끄러워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나는 이제 그런 날엔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했다.

1부. 무기력함은 게으름이 아니었다

무기력은 의욕이 없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너무 오래 애써왔기 때문에 더 이상 움직일 에너지가 남지 않은 상태다.

늘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믿었고, 누군가에게 실망시키지 않아야 한다고 스스로를 몰아붙였다. 그렇게 살다 보면 마음보다 먼저 지치는 건 몸이 아니라 감정이다.

감정이 지치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말도 줄고, 표정도 사라지고, 생각은 많지만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다.

그게 무기력의 정체다.
정지된 게 아니라, 과부하로 꺼진 것이다.

2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필요할 때

우리는 ‘뭔가 해야만 한다’는 생각에 너무 익숙해 있다. 일어나자마자 계획을 세우고,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성과로 평가한다.

하지만 가끔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할 날도 있다. 계획도, 성과도, 누군가의 기준도 없이 그냥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진짜 원하는 건 조용히 누워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누가 나를 부르지 않고, 나도 누구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하루.

무기력한 날은 그저 그렇게 보내도 괜찮다.

3부. 무기력한 나를 비난하지 않는 연습

예전에는 이런 날이 오면 스스로에게 실망했다. “왜 이렇게 아무것도 못 하지?” “나는 왜 이렇게 나약할까?”

하지만 마음은 그런 비난으로는 회복되지 않는다. 그럴수록 더 움츠러든다. 진짜 필요한 건 비판이 아니라 인정이다.

“지금 내가 무기력한 건 지쳐서 그래.” “당연히 쉬고 싶을 수 있어.” “내 감정에도 회복이 필요하구나.”

이렇게 말해줄 수 있을 때 마음은 다시 조금씩 깨어난다.

4부. 마음이 멈췄을 때 내가 해보는 10가지 아주 작은 일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땐 거창한 계획이 오히려 더 부담이 된다.

그래서 나는 아주 작은 일들을 마음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하나씩 해보기로 했다.

1. 따뜻한 물로 손 씻기

작은 온기가 손끝에 닿는 순간, 몸이 아닌 감정이 조금 따뜻해진다.

2. 커튼을 반쯤 열기

햇살이 방 안으로 들어오는 것만으로 기분이 약간은 달라진다.

3. 알람을 끄고 10분 더 누워 있기

억지로 일어나지 않기로 했다. 그 10분이 오늘의 회복이 될 수도 있으니까.

4. 무의식 글쓰기 5줄만

하고 싶은 말, 하고 싶지 않은 말 다 쏟아내고 나면 마음이 조금 비워진다.

5. 좋아했던 노래 한 곡 틀기

예전에 위로받았던 노래를 다시 들어본다. 기억은 감정보다 먼저 회복된다.

6. 뜨거운 차 한 모금 마시기

생강차, 루이보스, 따뜻한 물이라도 좋다. 따뜻함이 위로가 되는 순간.

7. 이불 정리만 하기

방 청소는 무리라도 이불 하나 정리하면 마음이 정돈된다.

8. 오늘 하루에 감사한 한 가지 쓰기

“오늘도 내 공간에서 잘 버텼다.” 그 한 문장이 나를 조금 안아준다.

9. 심호흡 3번 하기

천천히 들이쉬고, 더 천천히 내쉰다. 숨이 안정되면 감정도 따라온다.

10. 나에게 하는 말 한 문장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

5부. 회복은 크지 않아도 된다

회복이란 드라마처럼 확 바뀌는 게 아니다. 아주 작고 천천히, 조용하게 찾아오는 것이다.

어제보다 오늘 5분 더 누웠다가 일어났다면, 그건 회복이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해도 마음이 조금 덜 무거웠다면, 그것도 회복이다.

눈에 띄지 않아도,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나는 나를 조금씩 회복시키고 있다.

6부. 무기력한 날, 나에게 해주는 말

오늘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자체로 충분했다.

나는 오늘 하루를 버틴 게 아니라, ‘살아냈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래서 오늘 밤 나는 나에게 말한다.

“오늘도 수고했어.”
“지금 쉬는 건 필요해서 그런 거야.”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가벼울 수 있어.”

마무리 –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날

우리는 모두 쉬어야 한다. 무기력도 감정의 일부고, 그 감정에도 자리가 필요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날, 그 하루가 오히려 나를 다시 살게 만든다.

무기력한 날,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했다.
그 선택이 나를 지키는 방법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