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서른 넘어 알게 된 몸의 언어: 나를 회복시키는 아침 루틴 5가지

by HY83 2025. 4. 6.

RECOVERY 회복 글자 이미지

 

이상하다고 느꼈다. 예전에는 이 정도 피곤쯤은 아무렇지 않았는데. 일하고, 야근하고, 새벽에 라면 먹고 자도 다음 날 멀쩡했는데. 서른이 되면서부터 뭔가 달라졌다. 아침에 눈을 떠도 개운하지 않고, 이유 없이 속이 더부룩하고, 감정은 잘 쌓이고 쉽게 터졌다.

처음엔 ‘컨디션 문제겠지’ 했다. 하지만 그게 매일이었다. 별일도 없는데 무기력하고, 평소 같았으면 웃을 수 있었을 말에도 서운함이 올라왔다. “왜 이러지?” 그러다 알게 됐다. 내 몸이, 나한테 말을 걸고 있었다는 걸.

나는 그동안 이 몸을 ‘나를 위한 도구’쯤으로 생각하며 살아왔던 것 같다. 마음은 돌봐도 몸은 괜찮겠지. 그런데 마음이 무너지기 전에, 몸이 먼저 이야기하더라. “나도 좀 돌봐줘. 나도 네 일부야.” 그렇게 나는 아침이라는 시간을 새롭게 보기 시작했다.

이제는 매일 아침, 내 몸과 대화를 나눈다. 그게 내가 회복되는 방식이다. 거창한 운동도 아니고, 정해진 루틴도 아니다. 다만 하루를 시작할 때, 나에게 질문을 던지고 대답하는 방식이다. 오늘, 그 소중한 루틴들을 나누고 싶다.

1. 소음 없이 깨어나는 법을 배웠다

옛날엔 알람 소리만 들리면 등골이 오싹했다. 심장이 벌떡 뛰고, 숨이 차오르던 그 느낌. 하루의 시작이 불안이었고, 그 불안은 퇴근할 때까지 따라다녔다.

그래서 바꿨다. 알람음을 자연의 소리로 설정했다. 바람 소리, 잔잔한 파도, 멀리서 들려오는 새소리 같은 것. 처음엔 ‘이걸로 깨지겠어?’ 싶었지만, 이상하게도 내 귀는 그 소리를 기다렸다.

눈을 떴을 때 천장을 본다. 거기엔 아무것도 없지만, “오늘은 어떤 하루가 될까?”라는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그 한순간이 내 하루를 다르게 만든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는 대신, 몇 분 동안 그대로 누워 내 몸의 감각을 느껴본다. 눈꺼풀이 무거운가, 어깨가 긴장되어 있는가, 그런 작은 신호들을 느끼는 것이 나를 돌보는 첫 시작이다.

2. 물 한 잔의 깊이

밤새 잠들어 있던 내 몸이 가장 먼저 반응하는 건, 물 한 잔이다. 특별할 것도 없이 평범한 생수 한 잔인데, 그게 전부를 바꾼다.

찬물이 아니라 미지근한 온도. 위장을 자극하지 않도록, 조용히 목을 타고 넘어가게. 컵을 손에 쥐는 순간부터 마음이 느긋해진다. “지금부터 너를 돌볼 거야.” 그렇게 내 안에 작은 선언을 한다.

물을 마시며 거울을 본다. 초췌한 얼굴이더라도 괜찮다. 그 얼굴도 오늘의 나다. 웃지 않아도, 인사라도 건넨다. “잘 잤니?” 하고.

물 한 잔이 위를 데우고, 눈을 조금씩 뜨이게 한다. 매일 같지만, 매일 다른 아침. 같은 루틴에서 다른 감정을 만나는 것이 이 시간이 주는 선물이다.

3. 창문 너머 세상을 초대한다

아파트 창문은 그저 빛만 드는 통로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습관처럼 창문을 여는 순간 내 기분이 달라졌다는 걸 처음 느꼈다.

공기 한 모금, 바람 한 줄기, 그리고 저 멀리서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 그 모든 게 나를 이불 밖 세상으로 데려왔다. “오늘도 세상은 살아있구나.” 그 당연한 사실이 나에겐 회복이었다.

봄이면 꽃 냄새가 들어오고, 여름이면 눅눅한 기운 속에 사람들의 분주함이 묻어난다. 가을엔 낙엽 소리가, 겨울엔 입김이. 창문을 연다는 건, 감정의 통로를 여는 일이다.

가끔은 음악도 틀지 않고, 창가에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그 순간, 아무 말 없이 나와 세상이 연결되는 기분이 들었다.

4. 몸에게 인사하는 스트레칭

하루 종일 앉아 일해야 하는 나에게 스트레칭은 필수라기보다 감사의 표현이다. 밤새 구겨졌던 몸을 하나씩 펴주는 그 순간. “수고했어, 이제 다시 시작하자.”

처음엔 억지로 했다. 피곤한데 굳이 몸을 움직이기 싫었으니까. 하지만 어느 날, 스트레칭을 한 날과 안 한 날의 감정 차이를 느끼고는 더 이상 빼먹을 수 없었다.

손끝부터 시작해 팔을 천천히 들어 올린다. 하늘을 뚫을 듯이, 온몸을 늘려본다.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내쉬면, 마치 내 안의 답답함까지 빠져나가는 기분이다.

무릎을 꿇고, 등을 동그랗게 말아 고양이 자세로 몸을 풀기도 한다. 이건 운동이 아니라 ‘대화’다. 내 몸에게 “너 지금 어디가 제일 피곤해?” 하고 묻는 시간.

그렇게 10분이면 충분하다. 땀이 나지 않아도 괜찮다. 나는 오늘도 나를 만났다. 그것만으로 의미 있다.

5. 마음의 온도를 적는 티타임

차를 내리는 건 의식 같다. 물을 끓이고, 찻잎을 넣고, 기다리는 시간. 그 짧은 기다림이 나를 고요하게 만든다. 바쁜 세상에서 이런 느림은 드문 일이니까.

보이차나 캐모마일, 가끔은 녹차. 내 기분에 따라 고른다.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싸고 창밖을 보며 오늘의 감정을 하나씩 꺼내본다.

그리고 노트를 연다. 한 줄이어도 좋다. “오늘은 유난히 공기가 따뜻하다.” “기분이 무겁다. 이유는 모르겠다.” 이유를 찾으려 애쓰지 않는다. 그냥 그런 감정도 있다는 걸 써 내려간다.

기록은 내 감정의 지도다. 그날의 날씨, 내 안의 상태, 몸의 반응. 그 모든 것이 하나의 기록이 되어 나를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


이 모든 루틴은 단 하나의 목적을 가진다. “나를 살아있게 만드는 것.” 누구도 대단하다 하지 않겠지만 나는 내가 점점 살아난다는 걸 안다.

그게 중요하다. 더 이상 무조건 열심히 살지 않아도, 나를 착취하지 않아도, 나는 이렇게 나를 살릴 수 있다.

당신에게도 묻고 싶다. 오늘 아침, 당신은 어떻게 깨어났나요? 당신의 몸은 뭐라고 말하고 있나요? 그 말에 한 번쯤 귀 기울여보기를, 아주 작은 루틴으로 회복을 시작해 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