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숨이 먼저 흔들린 줄 알았다.
숨이 가빠지고, 호흡이 얕아지고, 가슴이 먹먹해지고 나서야 ‘아, 지금 내가 힘든가 보다’ 하고 알아챘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언제나 감정이 먼저 흔들리고 있었다.
마음 한구석이 이상했는데, 나는 그걸 무시했다.
그 감정은 들키지 않으려 더 안으로 숨었고, 결국 몸을 흔들어 나를 멈춰 세우려 했다.
감정은 신호다, 무시하면 더 세게 온다
감정은 원래 순간의 찰나다.
스쳐 지나가는 감정이라면 굳이 붙잡지 않아도 괜찮다.
문제는 그 감정을 무시하고 계속 쌓아두었을 때.
누적된 감정은 내가 아무렇지 않은 척해도 어딘가에서 터진다.
그리고 나는 매번 그 터진 뒤의 감정을 뒷수습하느라 더 지쳐갔다.
내가 무시했던 감정들이 보내던 신호들
- 말은 안 했지만, 기분이 이상한 날
-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짜증이 날 때
- 작은 말에도 마음이 너무 크게 흔들릴 때
- 이유 없이 눈물이 나려 할 때
- 몸은 멀쩡한데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
이런 날은 늘 감정이 먼저 흔들리고 있었던 날이었다.
나는 뒤늦게야 감정이 상한 상태에서도 일상을 계속 유지하려 애썼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만든 감정 안정 루틴 – 내 마음을 나 스스로 다독이기 위한 습관
누구나 감정이 흔들릴 수 있다.
다만, 그걸 어떻게 회복하느냐가 내 삶의 리듬을 결정한다.
나는 감정을 정리하고 다시 나에게 돌아오는 습관을 작게, 천천히 만들기 시작했다.
이건 대단한 루틴이 아니다.
그저 마음이 흔들릴 때 나를 다시 내 중심에 세워주는 작은 움직임이다.
📘 내 감정을 안정시키는 6가지 루틴
1. 흔들림을 자각하는 문장 – 감정 일기 한 줄
하루의 끝에서 ‘오늘 마음에 남은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그리고 이렇게 적는다.
- “오늘은 많이 예민했다.”
- “괜찮은 척했지만 속은 그렇지 않았다.”
- “상처였지만, 티내고 싶지 않았다.”
단 한 줄만 적어도 그 감정은 내 안에서 진짜 자리를 찾는다.
2. 마음이 흔들릴 때 쓰는 긴 숨과 짧은 말
흔들리는 순간엔 긴 설명이 필요 없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짧은 문장을 속으로 말한다.
- “지금 괜찮아.”
- “이건 지나갈 거야.”
- “조금 흔들려도 괜찮아.”
이 말들이 나를 다시 붙잡아준다.
3. 감정 분리 산책 – 생각은 두고 걷기
모든 감정을 해결하려 하지 않고 그저 걸으며 감정을 흘려보낸다.
걸으면서 ‘나는 지금 어떤 감정이지?’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풍경을 보고, 발걸음에 집중하고, 지나가는 바람을 느낀다.
그것만으로도 감정은 부드럽게 가라앉는다.
4. 감정 해소용 쓰기 – 누구에게도 보내지 않을 편지
마음이 복잡한 날은 그 사람에게 직접 말할 수 없더라도 편지를 쓴다.
“너한테 이런 말 하고 싶었어.” “사실은 그 말이 아직 마음에 남아 있어.” “그래도 이제는 나도 놓고 싶어.”
이 편지는 보내지 않는다. 하지만 쓰는 것만으로도 감정이 빠져나간다.
5. 나에게 위로 말 걸기 – 자기 대화 루틴
거울 앞에서 혹은 잠들기 전에 조용히 나에게 말을 건넨다.
“수고했어. 너 참 잘하고 있어.” “오늘 그 감정, 안고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했어.”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덜 흔들리길 바랄게.”
이런 자기 위로는 생각보다 오래 가슴에 남는다.
6. 감정 정리를 돕는 사운드 & 공간
조용한 음악, 책상 정리, 불 끄고 스탠드만 켜기.
공간이 정리되면 마음도 조금씩 정리된다.
감정을 억지로 붙잡지 않아도 흘러갈 수 있도록 배경을 바꿔주는 것 그것도 감정을 다루는 방법이다.
이 루틴을 2주간 했더니 생긴 변화
- 감정의 크기가 조금 작아졌다
- 짜증이 올라올 때 한 박자 쉬게 됐다
- 스스로 위로하는 습관이 생겼다
- 잠들기 전, 감정이 정리된 상태가 됐다
무엇보다 ‘감정은 나의 적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예민한 사람이 아니라 감정을 잘 느끼는 사람이라는 걸 이제는 인정하게 됐다.
마무리하며 – 감정이 흔들리는 날, 나를 더 안아줄 것
감정이 흔들릴 수 있다.
오히려 감정이 잘 흔들리는 사람일수록 타인의 마음도 더 잘 헤아린다.
문제는 그 감정을 정리할 수 있느냐이다.
정리되지 않은 감정은 관계에 상처를 남기고, 자신을 스스로 지치게 만든다.
이제부터라도 감정이 흔들릴 때마다 나를 다그치지 말자.
그럴수록 “괜찮아. 지금은 흔들릴 수 있는 날이야.” 라고 말해보자.
그 말 하나가 감정을 흘러가게 만들고 나를 다시 중심에 세운다.
오늘도 흔들렸다면, 그만큼 나를 잘 느끼고 있는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