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나는 진지하게 ‘이대로 허리가 망가지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했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오전 내내 모니터를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허리에 찌릿한 통증이 왔다. 너무 익숙한 통증이라 놀라지도 않았다. 슬펐던 건, 이런 게 ‘일상’이 되었다는 거다.
내 직업은 전형적인 사무직이다. 하루의 80%를 앉아서 보낸다. 보고서 작성, 회의, 이메일 정리, 기획안 리뷰... 전부 의자 위에서 이루어진다. 앉아 있는 게 ‘편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게 고통의 시작이 될 줄은 몰랐다.
그래서 결심했다. 뭔가 해야겠다. 하지만 현실은 바빴고, 퇴근하고 운동하겠다는 다짐은 늘 다음 날로 미뤄졌다. 그러다 알게 된 게 있었다. 꼭 체육관에 가야만 운동이 되는 건 아니더라. ‘앉아서도 충분히 내 몸을 살릴 수 있다’는 걸 뒤늦게 배운 거다.
스트레칭을 시작하게 된 계기
처음에는 정말 단순한 움직임이었다. 그냥 회의 끝나고 어깨 한 번 돌리고, 손목을 꾹꾹 눌러본 게 다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게 좋았다. 아주 잠깐이지만 몸이 환기되는 느낌이었다. 그때부터 ‘일하는 중간중간 스트레칭’을 조금씩 습관처럼 해보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일주일이 지나자 확실한 변화가 있었다. 오후 3~4시만 되면 흐릿해지던 눈이 덜 피로했고, 어깨도 전처럼 뭉치지 않았다. 몸이 말을 잘 듣기 시작한 거다. “이거 진짜 된다” 싶었다.
지금부터 내가 회사에서 실제로 하고 있는 10분 루틴을 공유해보려 한다. 이건 전문적인 것도 아니고, 멋진 동작도 아니다. 그냥 **몸이 필요로 하는 만큼만 풀어주는 일상 속 동작**이다.
실제로 내가 하고 있는 10분 루틴
1. 상체를 깨우는 루틴 (4분)
- 목 돌리기 (1분)
스마트폰이나 모니터를 오래 보고 있으면 목이 앞쪽으로 뻗는다. 이걸 풀어주는 데 목 돌리기만큼 간단한 게 없다. 시계방향으로 천천히, 그 다음 반대로. 하루 두세 번만 해줘도 굉장히 개운하다. - 어깨 들어올리기 + 내리기 (1분)
의자에 앉은 상태로 어깨를 귀까지 올리고 ‘툭’ 떨어뜨리는 동작을 반복한다. 가끔 스트레스로 어깨가 긴장되면 이 동작 하나로도 긴장이 조금은 풀린다. - 팔 교차 스트레칭 (1분)
오른팔을 가슴 앞으로 뻗고, 왼팔로 감싸 당긴다. 그리고 반대로도. 팔꿈치 쪽이 뻐근할 때 특히 효과적이다. 책상에 손 올려놓고 있는 시간이 많은 사람에게 정말 좋다. - 허리 비틀기 (1분)
등받이에 등을 붙인 채 상체를 좌우로 비틀어준다. 의자를 돌리지 말고 허리를 중심으로 움직여야 척추 주변 근육이 잘 풀린다.
2. 다리와 발, 그리고 순환을 위한 동작 (3분)
- 무릎 펴기 + 발끝 당기기 (1분)
다리를 쭉 뻗고, 발끝을 몸 쪽으로 당긴다. 장시간 앉아 있으면 허벅지 뒤쪽이 당기는데, 이 동작으로 많이 완화된다. - 발목 돌리기 (1분)
사무실 바닥에 발을 대고 앉아 있으면 발목이 경직된다. 그래서 의자에 앉은 채로 한쪽씩 발목을 천천히 돌려준다. - 종아리 손으로 쓸기 (1분)
손으로 종아리를 감싸 쓸어올리듯 문질러준다. 혈액순환이 조금씩 느껴진다. 하루 중 가장 피로했던 다리가 조금은 가벼워지는 느낌.
3. 눈과 머리를 쉬게 해주는 루틴 (3분)
- 눈 감고 10초 호흡하기
그냥 눈을 감고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고 내쉰다. 단 30초만 해도 마음이 정리된다. 특히 일하다가 멘탈 흔들릴 때 꼭 필요하다. - 눈 굴리기
위-아래, 좌우로 눈동자를 돌려본다. 처음엔 어색한데, 이게 눈 근육에 진짜 좋다. - 관자놀이 지압
손가락 두 개로 관자놀이를 살살 눌러준다. 모니터 오래 보면 눈이 뻐근한데, 이거 한 번 해주면 ‘확’ 풀리는 느낌이 든다.
일하면서 실천하는 게 가능한가요?
처음엔 나도 의심했다. “이걸 진짜 사무실에서 하라고? 사람들이 쳐다보면 어쩌지?”
근데 한 번 해보면 알게 된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남한테 관심 없다.
그리고 진짜 아픈 건 남들이 봐주는 것도 아니고, 내가 감당해야 하는 문제다.
10분, 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하루 8~10시간 앉아 있는 걸 생각하면, 10분은 오히려 짧다.** 몸은 나를 쉬게 해달라고 계속 신호를 보내고 있었는데, 그걸 계속 무시하고 있었던 거다.
지금의 나는 어떤가?
솔직히 말해, 스트레칭을 한다고 해서 모든 통증이 사라진 건 아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뻣뻣하지 않고, 오후에 집중력이 무너지는 일이 줄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몸을 스스로 챙긴다’는 마음가짐이 생긴 게 가장 크다.
요즘은 동료들도 따라하기 시작했다. 회의 끝나고 자연스럽게 어깨를 돌리거나, 점심시간 직전에 다리를 펴는 동작이 사무실 이곳저곳에서 보인다. 묘하게 뿌듯하다. 내가 만든 좋은 전염이다.
마무리하며 – 내일은 당신의 몸을 챙겨보세요
책상 앞에서 보내는 시간, 단순히 일만 하지 않아도 된다.
그 사이사이, 몸을 쉬게 하고 움직이는 시간을 줄 수 있다면 그건 더 이상 ‘사치’가 아니다. 그건 ‘책임’이다. 당신이 당신을 아프게 하지 않기 위한 작은 책임.
내일도 바쁠 거다. 오늘보다도 더.그럴수록 딱 10분, 내 몸을 만져주고, 풀어주고, 쉬게 해보자.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정말 고맙게도, 아주 작은 노력에도 성실하게 반응한다.
나도 그랬고, 당신도 할 수 있다. 책상 앞에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