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무거웠다. 늘 그렇듯 아침엔 일어나기 힘들었고, 하루 종일 앉아 있다 보니 저녁이면 어깨와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았다.
그래서 결심했다. 운동을 하겠다고. 헬스장을 알아보고, 운동화도 검색해 봤지만… 몇 날 며칠 지나도 행동은 없었다.
그러다 문득, ‘거창하게 시작하지 말고 그냥 좀 걸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진짜 그냥 걷기 시작했다
처음엔 아무런 계획도, 목표도 없었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기 전, 근처 골목을 한 바퀴 돌아본 게 전부였다.
이어폰으로 좋아하는 노래를 틀고, 그냥 걷기만 했다. 속도도 상관없었다. 단지 ‘몸을 움직이고 있다’는 그 감각이 묘하게 위안이 됐다.
놀라운 건, 그날 밤 잠이 잘 왔다는 거였다.
몸이 조금 달라졌다고 느낀 건, 사흘째 걷던 날쯤이었다.
내 몸이 보내온 작지만 선명한 신호
아침에 눈이 떠지는 속도가 다르다. 전에는 알람을 세 번 넘기고도 못 일어났는데, 요즘은 두 눈이 먼저 떠진다.
회사에서 회의하다 잠깐 허리를 꼿꼿이 폈는데 ‘어라? 허리가 예전보다 덜 뻐근한데?’ 싶었다.
한 번은 점심 먹고 갑자기 동료가 말하더라. “요즘 얼굴 좋아 보여요.” 피부가 맑아졌는지는 몰라도, 확실히 내가 내 몸을 조금씩 챙기고 있다는 느낌은 들었다.
걷기의 진짜 힘은 몸보다 마음에 있었다
하루 10분, 그 시간이 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아무 영상이나 보는 시간도 보통 10분은 훌쩍 넘긴다.
걷는 동안, 나는 나한테 집중하게 됐다. 하루를 복기하고, 기분 나빴던 일도 정리하고, 앞으로 뭘 하고 싶은지도 생각하게 됐다.
그 짧은 시간이 내 머릿속을 다시 정리하는 작은 방 같았다.
나만의 걷기 방식은 아주 자유롭다
처음엔 조깅처럼 뛰려고도 해 봤지만 그건 오래가지 못했다. 무릎이 아프고, 의욕도 금방 꺾였다.
그래서 방향을 바꿨다. “어디까지 걷겠다는 목표도 없이, 그냥 마음 가는 대로 걷자.”
그날 기분에 따라 걷는 코스를 바꿨다. 기분 좋은 날엔 좀 더 멀리, 지치는 날엔 편의점까지만. 중요한 건, 걷느냐 마느냐였다.
걷기와 함께 생긴 사소하지만 소중한 변화들
- 식사 후에 덜 더부룩해졌다 – 장이 ‘움직이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 생각이 너무 많을 때, 몸이 먼저 나섰다 – 머리가 복잡할수록 나는 걷기로 해결했다.
- 감정 기복이 줄었다 – 이상하게 걷는 날은 짜증도 덜 나고, 예민하지 않았다.
작고 미세한 변화였지만 이런 것들이 모이고 나니 어느 순간부터 내가 나를 좀 더 사랑하게 되었다.
기록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오래갔다
요즘은 뭐든 숫자로 관리한다. 몇 보 걸었는지, 몇 분 걸었는지…
하지만 나는 일부러 그런 걸 하지 않았다. 걷기가 일처럼 느껴지는 순간 그건 나를 위한 시간이 아니게 되니까.
나는 그냥 ‘오늘도 걸었다’는 감각만 남기기로 했다. 그게 오히려 오래 걷게 만들었다.
몸도 마음도, 조금씩 돌아오는 느낌
예전엔 자주 '무기력하다'라고 느꼈다. 아무리 쉬어도 쉰 것 같지 않았고, 멍하니 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런데 걷기를 시작하면서 조금씩 내가 돌아오는 느낌이 들었다. 몸도, 기분도, 생각도… 예전보다 정돈된 느낌.
그냥 걷는 것뿐인데, 왜 이렇게 많은 게 달라질 수 있는지 솔직히 나도 놀랐다.
이 루틴을 오래 유지하는 데 필요한 건 단 하나
바로 ‘부담을 갖지 않는 것’이다.
나는 걷기를 ‘미션’으로 삼지 않았다. 달성해야 할 목표도 아니고, 성공해야 할 프로젝트도 아니었다.
단지 하루 중 딱 10분이라도 나를 위해 쓰고 싶었고, 그게 걷기였을 뿐이다.
그래서 스트레스도 없고, 쉬는 날엔 더 오래 걸을 수 있었고, 바쁜 날엔 짧게 걷고도 만족할 수 있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오늘 딱 한 번 걸어보세요
특별한 운동복도 필요 없고, 비싼 신발도 필요 없습니다.
그냥 문을 나서서 가까운 편의점까지라도 가보세요. 느리게 걷고, 주변을 한번 둘러보고, 숨을 조금만 깊게 들이쉬어 보세요.
그 시간이 누군가에겐 단순한 이동일지 몰라도, 당신에겐 회복일 수 있습니다.
하루 10분, 내가 나를 움직이게 한 시간은 결국 나를 살리기 위한 시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