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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하루 한 줄 일기 – 감정을 기록하며 나를 돌보는 조용한 습관

by 마음걷는 이 2025.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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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이모티콘, 화 이미지.

 

문득, ‘내가 오늘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기억나지 않을 때가 있다.
바빴고, 정신없었고, 해야 할 일을 끝내느라 나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그런 하루가 반복되다 보니 내 기분이 어떤지도 잘 모르겠고, 무엇이 나를 지치게 했는지도 모르게 되었다.

그러다 우연히 한 문장을 적게 됐다. 아무 의미 없는 낙서 같았는데, 그게 이상하게 마음을 건드렸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깨달았다.

“지금 내 감정을, 나조차 모른 채 지나가고 있었구나.”


기록이 감정을 살린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가지 감정을 느낀다. 기쁨, 짜증, 민망함, 불편함, 기대, 실망, 고마움, 무기력...

그런데 그 많은 감정들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 채 하루를 넘긴다. 그리고 몇 주 후, 갑자기 이유도 모르게 울적해지거나, 작은 일에도 화가 나거나, 자신감이 바닥나는 날이 찾아온다.

그건 감정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 필요한 건 길고 복잡한 상담도, 완벽한 해결책도 아니다.

그저 나 자신에게 하루를 정리할 기회를 주는 것. 한 줄의 기록이 그것의 시작이 된다.


“하루 한 줄 일기”, 나는 이렇게 시작했다

어느 날 밤, 너무 지쳐서 아무것도 하기 싫었지만 왠지 이대로 잠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핸드폰 메모장에 이렇게 적었다.

“오늘 하루도 힘들었지만, 버텼다. 그거면 충분해.”

단 한 줄이었지만, 그 문장을 쓰고 나니까 내가 나를 알아봐 준 느낌이 들었다. 누구도 몰라줬던 오늘을 내가 기록해 주었다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었다.

그 이후로 나는 매일 자기 전에 한 줄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엔 의무감처럼 시작했지만, 지금은 그게 내가 나를 돌보는 가장 진짜다운 루틴이 되었다.


한 줄 일기가 특별한 이유

우리는 대단한 글을 써야 기록이라 생각한다. 멋진 수필, 정제된 문장, 읽기 좋은 글... 하지만 일기는 다르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직 나를 위한 기록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뭘 써야 하지?’라는 부담이 생긴다면 그날 있었던 일보다, ‘그때 느꼈던 감정’을 적어보는 걸 추천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 “괜히 서운했던 하루. 내가 너무 예민한 건가?”
  • “혼자 카페에 앉아 있는 시간이 유난히 좋았다.”
  • “사소한 일에 웃었고, 그래서 다행이었다.”
  • “불안했지만 나름 잘 넘겼다. 수고했다, 나.”

어떤 날은 감정이 선명하고, 어떤 날은 모호할 수도 있다. 괜찮다. 중요한 건 그 날을 나 자신이 ‘통과했다’는 사실을 남기는 것이다.


기록을 꾸준히 하면 생기는 놀라운 변화

처음엔 단순히 위로받고 싶어서 썼다. 근데 시간이 지나니 기록이 쌓이기 시작했고, 그 안에서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다.

1. 감정의 패턴이 보인다

한 달 동안 쓴 일기를 가볍게 훑어보다가 놀라운 걸 발견했다. ‘비슷한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불안해하고 있었구나.’ ‘나는 매주 화요일에 유독 피로하네.’ ‘칭찬받았을 땐 감정이 정말 길게 이어지는구나.’

기록이 누적되니 내가 어떤 자극에 민감한지, 무엇이 나를 회복시키는지를 알 수 있게 됐다.

2. 나 자신과 친해진다

예전엔 나도 내 마음을 잘 몰랐다. 왜 갑자기 기분이 나빠졌는지, 왜 어떤 말이 꽂혔는지...

그런데 감정을 적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감정이 올라올 때 ‘아, 또 이 패턴이네’ 하고 인식할 수 있다. 그러면 감정에 덜 휘둘리고, 내 마음과 협상할 여유가 생긴다.

3. 작은 성취감이 생긴다

하루를 돌아볼 수 있었던 나 자신에게 ‘잘했어’라는 말을 해주게 된다. 작은 습관이지만 그걸 지켜냈다는 사실이 스스로에 대한 믿음으로 바뀐다.

그리고 어느 날, 그 작은 문장들이 쌓여 ‘나의 마음의 지도’가 되어간다.


하루 한 줄 일기, 이렇게 써도 좋아요

꼭 감정을 적지 않아도 괜찮다. 일기란 건, 형식도 없고, 정답도 없다. 하지만 아래 방법 중 하나를 골라 ‘나한테 맞는 쓰기 방식’을 찾아보면 좋다.

✔ 감정 중심 쓰기

“오늘은 나 왜 이렇게 지치는 걸까?” “생각보다 괜찮은 하루였다.” → 하루의 감정을 한 단어로 요약해도 좋다.

✔ 질문으로 남기기

“나는 왜 이 말에 상처를 받았을까?” “무엇이 오늘 나를 웃게 했지?” → 답을 몰라도 괜찮다. 질문을 남기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 나에게 한 마디

“괜찮아, 오늘도 열심히 살았잖아.” “잘하고 있어. 천천히 가도 돼.”

이건 스스로에게 건네는 ‘짧지만 진심 어린 격려’다.


일기를 쓸 때 꼭 기억해 두면 좋은 점

  • 📌 꾸준하지 않아도 괜찮다 → 매일 못 써도, 쓰고 싶을 때 쓰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다.
  • 📌 틀려도, 엉성해도 괜찮다 → 맞춤법이 틀려도, 문장이 엉망이어도 전혀 상관없다. 보는 건 나뿐이니까.
  • 📌 보여주지 않아도 된다 → 남의 평가가 아닌, 오직 나를 위한 기록이다.

이게 바로 ‘일기’가 주는 가장 큰 자유다.


마무리하며 – 나를 가장 잘 이해해 주는 건, 결국 나 자신

누군가 나를 위로해주는 말보다 내가 내 마음을 알아차리는 일이 더 큰 힘이 될 때가 있다.

매일 한 줄. 그건 내가 나를 놓치지 않게 만드는 작은 닻이다. 흔들리는 하루 속에서도 나를 잊지 않게 해주는 다정한 습관.

오늘도, 하루를 지나온 나에게 말 한마디 남겨보자.
“수고했어. 나의 오늘을 기록해 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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