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오후, 모니터 앞에 앉아 있다가 문득 눈이 무겁게 느껴졌다.
아무런 감정도 없었는데 눈꺼풀이 내려앉고, 초점은 흐려지고, 그 순간 나는 생각했다.
"지금 내가 피곤한 건 몸이 아니라, 눈이구나."
눈은 말이 없다. 대신 모든 걸 기억한다.
어제 회의 내내 집중했던 문서, 오늘 아침에 본 이메일 수십 통, 점심도 거른 채 쳐다봤던 보고서.
눈은 쉴 새 없이 일하지만, 단 한 번도 ‘쉬고 싶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러다 어느 날, 아무도 모르게 항의하듯 무너진다.
나는 요즘, 하루 10분만큼은 그 눈을 위한 시간을 만든다.
누군가는 커피를 마시고, 누군가는 산책을 하지만
나는 조용히 눈을 감고, 숨을 쉰다.
회사 사람들은 모른다.
이 10분이 내 하루를 어떻게 바꾸는지.
이 조용한 시간 속에서, 나는 나에게 다시 묻는다.
"지금 괜찮니?"
📘 나만의 10분 눈 회복 루틴
- 등을 기대고 앉아, 숨을 길게 들이쉰다.
- 손바닥을 비벼 따뜻하게 만든다.
- 눈 위에 그 손을 살포시 얹는다.
- 말없이 눈을 감고, 1분 동안 아무것도 보지 않는다.
- 눈동자를 천천히 좌우로, 위아래로 움직인다.
- 마지막으로 먼 창밖을 바라보며, ‘여기 있다’는 감각을 되살린다.
처음에는 그저 피로 해소가 목적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 시간이 나에게는 마음 정리의 루틴이 되었다.
눈을 쉬게 하면서, 나를 쉬게 하는 시간.
사무실은 늘 차갑고, 화면은 지나치게 밝다.
눈은 그 속에서 계속 긴장하고, 한순간도 집중을 풀지 못한다.
이 작은 루틴은 그 긴장을 끊어주는 유일한 다정함이다.
누구나 바쁘다.
그래서 10분은 짧지 않다.
하지만 정말 나를 지키고 싶다면,
그 10분은 반드시 필요하다.
루틴을 만든 이후, 이상하게 눈이 덜 피로하다.
회의 후에도 머리가 맑고, 퇴근할 때도 전처럼 지치지 않는다.
눈이 편안하면 마음도 그렇다는 걸, 나는 이 시간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음식도 달라졌다.
점심에 당근을 조금 넣고, 블루베리를 간식처럼 챙기고,
물을 자주 마시고, 눈을 깜빡이는 걸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이 작은 변화들이 모여서 하루를 바꾼다.
내 책상 위에는 작은 스티커가 하나 붙어 있다.
“눈을 감는 건, 멈추는 게 아니라 회복하는 거야.”
눈이 아프면, 나는 그 말을 떠올린다.
그리고 다시, 나를 쉬게 한다.
그건 더 나은 집중을 위한 휴식이자, 내 시선을 지키는 태도이기도 하다.
아무도 모를지라도, 나는 안다.
이 10분이 나를 얼마나 단단하게 만들어주는지를.
그리고 오늘도, 눈이 잠시 숨을 고르는 그 틈 속에서,
나는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이 루틴을 실천하게 된 건 아주 사소한 계기였다.
퇴근길 지하철, 핸드폰 화면 속 문자들이 겹쳐 보이던 어느 날.
그날 나는 핸드폰을 내려두고, 눈을 감고 그대로 기댔다.
잠깐일 뿐이었는데, 그 순간이 내 하루 중 가장 조용한 휴식이었다.
그 이후, 나는 매일 한 번은 눈을 감았다.
처음엔 어색했고, 불안했다.
업무는 쌓이고, 알림은 계속 울리는데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죄책감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그 10분을 지키고 난 날은 이상하게 일이 더 잘 풀렸다.
오히려 집중이 쉬워졌고, 마음의 속도가 천천히 내려앉았다.
눈을 감는다는 건 세상에서 잠시 나를 빼내는 일이다.
지나치게 선명한 정보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대화 속에서, 나의 시선을 쉬게 하는 시간이다.
사무실 안에는 숨 쉴 틈이 없다.
형광등은 항상 밝고, 공기는 건조하며, 사람들의 말소리는 흐르듯 머물지 않는다.
그 속에서 나의 눈은 말없이 견디고 있었다.
눈을 지켜낸다는 건, 몸을 위한 것도, 시력을 위한 것도 아니다.
그건 결국 ‘나를 지키는 방식’이다.
나는 이제 내 하루를 눈으로 기록한다.
창밖을 본 횟수, 눈을 감은 시간, 깜빡임의 리듬을 느끼는 순간까지.
그건 새로운 삶의 루틴이 되었다.
더는 무리하지 않는다. 더는 참지 않는다.
눈이 피로하면 쉬고, 감정이 무거우면 멈춘다.
그렇게 사는 일이 무너지지 않고 나를 지키는 방식이란 걸 이 조용한 루틴이 가르쳐주었다.
눈은 매일 우리에게 신호를 보낸다.
가렵고, 건조하고, 때로는 화끈거리기까지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신호를 너무 자주 무시한다.
그저 일에 집중해야 한다는 이유로, 다 끝나고 쉬자는 핑계로,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강박으로.
그러다 어느 순간, 눈은 견디지 못하고 멈춘다.
시야가 흐릿해지고, 빛에 민감해지고, 단순한 피로가 만성 통증으로 바뀌기까지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나는 그걸 너무 늦게 깨달았고, 그래서 지금은 서두르지 않는다.
이제는 미리 쉰다. 아프기 전에, 무너지기 전에, 내 눈에게 여유를 허락한다.
눈을 감는 그 순간, 나는 내 안으로 돌아온다.
하루 종일 외부를 바라보느라 지친 감정들이 서서히 가라앉는다.
그건 명상이 아니다. 거창한 힐링도 아니다.
단지 나를 보호하는 아주 작고 사적인 실천일 뿐이다.
눈을 지킨다는 건, 결국 삶을 지키는 일이다.
시선은 곧 마음이고, 마음이 건강할 때 우리는 세상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다.
내일도 나는 이 10분을 지킬 것이다.
어떤 일이 닥쳐도, 어떤 상황이 와도 내가 나를 지키는 이 방식만큼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